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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ethean 희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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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비가 블로그 방명록에 이런 말을 써놓고 갔다.

생각해보니, 이 나이 되도록 저는 희깅샘처럼 타인에게 베풀 삶의 재능이 미천한 것 같아요 ㅠㅠ 어제 '베풀거나 즐겨라'는 말을 한참 생각해봅니다.

항상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을 때, “베풀거나 즐기라”고 나는 말했다. 그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서울비가 미안한 감정을 갖지 않아서였으면 해서다. 미안한 감정은 끊임없이 미안한 감정을 만들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미안한 감정보다 마음에 들어 하고 좋아하고, 그것에 감사했으면 하는 생각에 즐기라고 말했더랬다.

#2
‘베풀 삶의 재능’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봤다. 대체 나의 재능은 무엇이 있는 것일까. 이것은 창조적 발명가형의 성격을 가진 나에게 참 어려운 질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한 번도 나는 그것들이 재능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공부 이외의 것에 눈길을 줬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집에서 별종으로 가장 공부를 못했고, 식구들 중에서 전교 등수나 성적이 낮은 열등한 존재였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에는 항상 친언니인 주깅이 한몫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주깅을 원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열등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재주들을 가지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신나는 일들을 끊임없이 해왔던 것 같다.

감사해야 할 일임과 동시에 가끔은 피곤하기도 했다. 지금은 주깅에게 때로 내가 도움이 되지만. ^^

#3
내가 모든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아니다. 어제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버스비가 없어서 1000원만”이라고 말하는 것에 의심도 없이 돈을 내어주기도 했지만 나의 애정을 뿌리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아주머니는 기다린다던 730번 버스를 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려 불끈했고, 동시에 나도 730번 버스를 타는데 찍어드리겠다고 했다면 아주 당황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지만;;;;)

나에게 베푼다는 것은 즉 애정이고, 애정은 열정이다. 사랑이기도 하다.

애정은 가끔 버스 안에서도 생겨나는데, 한강다리를 건너다가 ‘요즘 날씨가 추운데 금쌤은 잘 지내시나?’라는 생각하고, 일기예보에서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은영언니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 슈퍼에서 크라운 와플 과자를 사면서는 안쌤을 떠올린다.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100만년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한다.

#4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애정은 소위 베푸는 행위로 주로 이어진다. 내가 사은품으로 받았다가 쓰지 않는 화장품들은 룸메가 쓰거나, 이모가 쓰거나, 사촌동생이 쓴다. (엄마 취향과 전혀 다르므로 엄마는 생략.) 맛있는 쿠키나 케이크를 만들면 사무실 식구들을 먹여야 한다. 사무실에서 콩하고 박혀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바이탈씨 한 알씩을 줘야 된다. 물건을 사다가도 그것이 buy one, get one 제품일 때는 나눠 쓸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희깅이다.

어린 시절을 반추해보면 엄마의 영향이 크다. 7살 때인가, 엄마가 너무 예쁜 그릇을 결혼하는 이모에게 주는 것을 보며 주깅과 함께 대성통곡 했던 때도 있었다. 그 땐 왜 그게 서러웠을까.

#5
예전에 은영언니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언니는 그렇게 말하더라.
“너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그러잖아.”

#6
그러나 풀리지 않는 숙제도 있다.
베푸는 것이 상대방의 부담으로 이어질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베푸는 행위로 마음을 나눌 수는 없는 것인지,
(장애인 등에게 비장애인의) 베풂이 상대방의 자존감을 해치는 일은 없는지.

200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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