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놀라운 기사를 발견했다.
연합뉴스의 <'좌파.반전 성향' 공사생도 퇴교 조치>라는 기사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개인 홈페이지에 '공산당 선언'을 올리는 등 좌파.반전(反戰) 성향을 드러낸 공군 사관학교 생도가 장교임관 부적합자로 판정돼 지난달 퇴교 조치를 받았다으며, 그가 개인 홈페이지에 '공산당 선언'을 비롯한 좌파 성향의 글과 'F-15K 전투기는 살인기계인데 군인인 게 괴롭다'는 내용의 글 등을 올린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A씨가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으로 '교운위'측은 판단하고 있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책임을 물어 A씨를 퇴교 조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개인 홈페이지에 공산당 선언의 내용을 올린 것인지, 아니면 공산당 선언을 읽고 느낌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퇴교 이유는 1)공산당 선언과 같은 들은 좌파 불온 서적의 내용이고, 2)공사생 자신의 고민만으로도 군기를 문란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같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공산주의 선언』은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의 유령이. 옛 유럽의 모든 세력들이 이 유령을 잡기 위한 성스러운 몰이 사냥을 위해 동맹하였다."로 시작한다. 1848년 익명으로 출판된 이후, 1872년 독일어판, 1882년 러시아어판, 1883년 독일어판, 1888년 영어판, 1890년 독일어판, 1892년 폴란드어판, 1893년 이딸리아어판 등 여럾 개의 판이 저자들(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인정하거나 「서문」을 붙인 『선언』의 정식 판본이다. 그리고 『선언』은 19세기 중엽에 역사상 처음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설명하기 위해 쓴 문서이다.
박종철출판사에서 출간된 150주년 기념판 『공산주의 선언』에서 역자인 김태호 씨는 해제 「1998년에 읽는 1848년의 『선언』」에서 "선언이 밝히는 공산주의는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다. 인간들이 서로 적대하게 되는 세상을 "각자의 자율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로 바꾸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의 철폐"라는 것이다. (중략)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의 폐지가 모든 인간의 자유로운 생활의 기초가 될 수 있는가? 선언과 맑스주의(공산주의)에 대한 태도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의 차이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맑스와 엥겔스 이후에 맑스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기초하여 제시한 여러 노선이나 정책들이 그렇듯, 맑스와 엥겔스가 그때그때 밝힌 사회 변화의 경로나 그 과정에서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방책들 등은 모두 그 시대, 그 나라의 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지침서와 사용 안내서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공산주의 선언』은 160년전 공산주의자들이 선언한 문서일 뿐이지, 그 내용을 실천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공산당 선언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좌파 성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실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전투기를 살인기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대체 수많은 블로거들은 어쩌란 말이더냐. 게다가 난 군대에서 말하는 불온서적의 기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퇴근 앞두고 심히 열내버렸다.
2008.10.13
+ 참고 : 150주년 기념판-공산주의 선언, 1998년, 박종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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