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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두더지, 2006

포스터는 아주 잘 나왔다.


<
나비두더지>(서명수 감독, 2006) 시사회에 다녀왔다. 팜플릿에 5포인트도 되어보이지 않는 조감독이라는 글자 옆에 나와 함께 영화를 본 후배 L양의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한답시고 배고프게(?) 지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쨌든 어렵게지만 개봉을 하니까 완전 내 일처럼 기쁘더라.

이 글을 쓰기 전에 어제 본 <빨간풍선>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요즘 영화에 올인하고 있는게 맞다. 일주일에 4편은 섭렵하는 듯.) 중요한 건 빨간풍선을 보다가 내가 쓰러져벼렸단 사실이지. 내입으로 이런 말 하기 아~주~ 쪽팔리지만 같이 본 L양이 그랬다. "그렇다고 코고는 건 너무 하지 않아."(맹세컨데 나는 코를 골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영화를 보기 전 L양의 한마디가 있었다. "어제처럼 그래선 안돼." 암, 그래도 L양가 연출에 참여한 영화인데 열심히 봐줘야지라고 다짐했건만 중간에 대사도 없이 묵묵히 지하철을 운전하는 장면은 살짝 졸렸다고.

<나비두더지>에 대한 나의 평은 아주 간단하다.

4차원 세계의 감독이 만든 4차원 영화.

지하철 기관사의 현실과 환상에 대한 영화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아주 감각적으로 만들어진 예고편에 '미스터리'라는 말을 써서 사람들을 낚고 있다. 영화는 연인과 헤어진 남성의 지하철 투신자살으로 시작해 지하철 기관사인 주인공 경식(판영진)의 버라이어티한 일상-동생에게 빌려준 빛 독촉에 시달리던 아내의 가출, 동생 윤식의 실종, 보험설계자인 여성의 투신자살,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과 여자를 찾는 모습 등을 비추다가, 어느 순간 실종된 경식의 부인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와 경식 간의 취조장면으로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환상으로 이어진다. 또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복잡한 삶이지만 어쨌든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겠지.

영화잡지에 실린 평을 보니, 무비위크도 그렇고 NEXT Plus도 그렇고, 필름 2.0도 그렇고 감독의 실험정신은 강하지만 편집과 구성의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하는데, 영화의 줄거리가 마구 튀어서 사실은 약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독립영화 중 극영화를 본 게 하도 오랜만이라서 반가웠고,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지만 두더지처럼 2호선과 팍팍한 삶을 뱅뱅도는 경식의 상황은 '나비두더지'라는 제목과 어울렸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아주 웃음을 줬는데, 그건 동문서답식의 코미디프로그램에 익숙한 관객들 때문일테다.

<나비두더지>는 11회 부산국제영화제 크릭틱스 초이스 개막작, 2006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2월22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단독개봉이다.

2008.2.18

+ 이 영화와 함께 <내부순환선>이라는 지하철2호선을 소재로 만든 영화도 함께 개봉되는데, 동성애와 관련된 이야기도 엮여있다고 한다. 보러가야겠다.


  1. 2008.02.20 19:1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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